요즘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년 3월 7일부터 3월 28일까지 공개된 이 드라마는 아이유와 박보검의 출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오늘은 단순한 드라마 리뷰가 아닌,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느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삶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를 배경으로 애순과 관식의 일대기를 그리는 성장 드라마입니다. 특히 드라마 속 애순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그리고 자식을 키우며 겪는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이 제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드라마 중반, 애순이 딸 금명에게 했던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별을 준비하는 거라. 그렇게 인생이란 것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여. 하지만 자식과의 이별만큼은... 그것만큼은 어머니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여..."
이 대사를 들으며, 저는 남편의 세 번째 누나를 떠올렸습니다.
시누이의 아픔
남편은 7남매 중 막내인데, 세 번째 누나는 몇 년 전 서른 살 된 아들을 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 평소 활기차고 밝았던 누나의 얼굴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던 그때가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 몇 년간 누나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고, 정말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지금도 가족 모임에서 만나면 문득문득 아들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십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느꼈습니다.
드라마에서 애순이 아픈 금명을 바라보며 말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내 피와 살을 나눈 자식이 아프다는데, 어머니가 어찌 그 고통을 모른단 말이여?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세상의 이치라..."
밀양에서의 위로
누나는 부산에 살고 계시지만, 몇 년 전 밀양에 작은 집을 마련하셨습니다. 주말마다 그곳에 가서 농사를 지으시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땀 흘리는 일이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모양입니다.
지난 5월 2일, 저는 아이들과 함께 누나의 밀양 집을 찾았습니다. 3일 동안 머물며 시골의 여유를 만끽했지요. 누나는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셨고, 특히 아카시아 꽃으로 만든 부침개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은은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밀양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동안, 드라마 속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관식이 말했던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이 넓은 자연 앞에 서면 사람이 얼마나 작은지 알게 된다. 근데 이상하게, 그 작음 속에서 위로를 받는 거 같아..."
삶은 계속됩니다
누나는 농사일을 하며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계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들의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뿐이지요.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늙은 애순이 말했던 대사처럼 말입니다.
"세월이 약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니여. 그저 그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뿐이지.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
마치며
누구도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을 잃는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늘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평생 지속되며, 그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이 깊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폭싹 속았수다>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삶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자식을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우는 부모들에게 작은 위로가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드라마 아이유 박보검 제주 방언 성장드라마 김원식 감독 임상춘 작가